<경찰 공부의 시작>

“날씨가 좋기만 하면 벼가 여물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불행이란 없다.”

저는 고3수능, 그리고 재수를 하는 시련을 겪으면서 언젠가는 내 삶에도 반드시 빛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막연한 희망만 가진 채 시간은 자꾸 흘러갔고 제 나이는 23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제서야 두려워지더군요. 대학도 늦게 들어온데다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죠. 이것저것 할 것들은 많은데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하루하루 걱정만 늘어갔습니다.

역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군대였고 23살이 되던 해 3월19일에 육군으로 입대를 했습니다. 군대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한테는 정말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준 곳입니다. 입대 첫 날밤 누워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더군요. 가족이라는 존재가 그처럼 크게 다가온 것도 아마 그 날 밤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나이도 많은 놈이 첫날부터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동생들(저랑 같이 입대는 했지만 대부분이 동생들이더군요)이 볼까봐 고개를 푹 처박고 들지도 않았죠.

제가 이렇게 군 생활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바로 전경생활 2년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2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말년휴가 때였죠. 이제 제대는 코앞이고 다시 복학해서 대학을 마친다고 해도 저에게는 앞으로 내 인생에 대한 아무 비전도 없었습니다. 무얼 하고 싶다는 의지도 없었죠. 너무 두려웠습니다. 분명히 제대는 기쁜 일인데도 저에게는 이제부터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가 저를 짓누르고 있었죠.

말년휴가 때 처음으로 부모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경찰공부를 시작해보겠다고 말이죠. 부모님께서도 기뻐하시더군요. 저도 기뻤습니다. 드디어 내가 해야겠다는 무엇인가가 생겼다는 사실이, 목표를 가진 저 자신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더군요.

생각을 정하자 움직이는 것은 쉬웠습니다.

그 길로 바로 학원 등록을 하러 갔죠. 바로 이 곳으로요. 학원 밑에서 저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바로 맞은편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도대체 왜 이런 시끄럽고 번잡한 곳에 학원을 차려 놓고 아무런 집중도 안될텐데 저기서 저 고생을 하냐며 친구들과 비웃었던 그곳에 이제는 내가 그 비웃음을 들으며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웃기더군요. 그렇게 저의 경찰 수험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적응기>

제가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굉장히 의욕이 넘쳤습니다.

군대를 갓 제대한데다가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마구 용솟음 칠 때였죠. 난생 처음 접하는 과목들과 공부 방식이었지만 고3생활을 다시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했습니다.

첫 오리엔테이션이 생각나는군요.

원장님이 직접 공부방법을 가르쳐주신다고 해서 참석했습니다.

원장님의 설명은 절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허황된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문제죠. 그래서 저는 뒤에 서술할 공부방법 파트에서 제가 이해한 원장님의 공부 방법을 제가 직접 세운 계획표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원에 오자마자 제가 정한 원칙은 ‘나만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학원의 오른쪽 가운데 제일 앞자리는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침 일찍 와서 그 자리에만 앉았습니다.

학원에 처음 왔으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뒤에 앉아서 능동적인 수업이 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일주일만이라도 그 자리에 앉아 보세요. 자리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누가 그 자리에 앉으면 화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제 경우엔 누가 제 자리에 앉으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사람 앞으로가서 눈을 마주쳤습니다. 여긴 내 구역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준 거죠. 그렇게 저는 그 자리를 ‘나의 것’ 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3월부터 시작한 저의 공부는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처음 배우는 법 과목들, 어려운 영어, 엄청난 공부량 등이 욕심만 갖고 접근하다가는 하나라도 얻어가는 것이 힘들 정도였죠.

하지만 저는 소형녹음기를 이용해 그날 배운 수업을 다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원 수업 마치자마자 저녁 먹고나서부터 다시 그 수업을 들었죠. 처음 시작하는 저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이해가 안된 부분을 표시해놓고 집에 가서 다시 듣고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운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도 이 땐 의지 하나만으로 이를 악물던 시기였으니 힘들진 않았죠.

가장 힘든 부분은 혼자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 좋아하고 노는 것 좋아하고 밥은 절대 혼자 안먹고(혼자 먹을바엔 차라리 굶었죠) 다니던 제가 친구와 유흥 다 끊고 점심 저녁을 그 넓은 식당에서 혼자 앉아 아무 말 없이 밥만 꾸역꾸역 삼켜야 한다니...

지금 생각해도 다시는 그 생활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석달이 흘렀고, 저녁을 혼자 먹기 싫어 처음엔 했던 저녁공부도 하지 않고 집에 가서 했습니다. 그리고 주말엔 푹 쉬었습니다.

5월이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학원 다니는 몸’은 만들어졌습니다. 다행히 군대 냄새가 덜 빠져서 일찍 일어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학원을 와서 ‘내 자리’에 앉아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같은 사람이 주위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공부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는 동질감이 느껴져서 우리 셋은 금방 친해졌습니다.

단지 같이 공부하고 같이 밥 먹는 사람이 생겼을 뿐인데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어지더군요. 더이상 남 눈치 보지 않고 밥 먹을 수 있었고 학원에 오면 반겨주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 그리고 정확히 5월22일이네요. 이때부터 전 ‘수험일기’를 적었습니다. 그냥 그 날 재밌는 사실이 있으면 조금씩 적어 놓았던 것이 다시 보니 정말 재밌네요. 일기 첫 날 적었던 내용이 바로 밥 먹을 친구가 생겼다는 내용입니다. 그 당시 제가 얼마나 좋았으면 일기에다 적어 놓았을까요.

친구들이 생긴 이후 제 모의고사 점수는 순조롭게 상승했습니다. 별다른 공부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문제에 손을 많이 댔죠.

지금 생각하면 뼈아픈 실수라 후회가 됩니다.

아무튼 그때는 기본 내용을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매주 모의고사를 보니 알았던 내용도 계속 틀렸습니다.

저는 제가 틀리는 이유를, 내용을 알아도 문제가 나오는 형식을 모르고는 답을 맞힐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 유형들을 외우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모래 위의 성’ 을 쌓기 시작한 겁니다. 진도별 모의고사는 그럭저럭 점수가 나왔지만(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저와 동일한 수험개월수에서는 높은축에 속했습니다) 전범위에서는 바닥을 쳤죠. 문제를 많이 봐도 그 때뿐이었으니 그 많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기억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공부량도 적었으니 그걸 다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습니다. 그래도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보다는 늘 높은 점수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7월2일이었을 겁니다.

작년 일반2차 시험에서 200여명만 뽑기로 계획되었던 것이 갑자기 1000여명을 뽑겠다고 공고가 나버린 겁니다. 부모님께서는 그 이전부터 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합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200명을 뽑든 100명을 뽑든 도전이라도 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레 겁먹고 아직 합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말만 했죠. 그러다가 갑자기 늘어나 버린 채용공고에 마음이 너무 급해졌습니다.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저를 책망했습니다. 아직도 나는 간절한 상태가 아니구나.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수없이 욕을 해댔습니다. 그리고 ‘기회란 반드시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는 말이 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7월2일부터 시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시간은 20일정도 남은 상태. 합격을 바라고 한 공부는 아니었습니다. 저의 나태함에 대한 ‘화’가 저를 북돋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의 첫 도전은 실패 했습니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죠. 그런데 그 결과가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그 당시 경기도의 커트라인이 71-72점이었고 저는 70점으로 떨어졌습니다. 5개월 정도 공부하고 그 정도면 만족할만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으나 제가 알고도 틀린 쉬웠던 문제가 저를 놀리듯이 괴롭히더군요.

일주일정도만 더 공부했으면 합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다 마친 지금 그 때를 되돌아보면 떨어져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실패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얻지 못 했을테니까요.

<지루한 수험생활과 나태함 그리고 좌절>

첫 시험에서 아쉽게 떨어졌다는 사실은 2주나 저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학원에 다녔죠. 무더운 여름도 시작되었습니다. 3차 시험은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다음 시험까지는 무려 8개월이 남은 상태였습니다.

초심이 점점 옅어졌죠. 평일엔 공부하고 주말엔 운동하고(저는 이때부터 매주 토요일은 4-5시간씩 농구했습니다) 다시 학원가고.... 굉장히 단조로운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의 일기를 봐도 날짜가 띄엄띄엄 적혀있고 내용을 봐도 공부 얘기들이 아닌 관심 가는 여자들 얘기뿐이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흥미를 조금씩 잃어가면서 갑자기 제 자신이 한심해지더군요. 말로만 듣던 고시생. 친구들이 응원 차 밥도 사주고 술도 사줬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했고 친구들에게도 미안했고, 그냥 우울했습니다.

겨울 찬바람이 부니까 정신이 좀 들었습니다. 이 겨울만 끝나면 곧 시험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1월23일 학원 모의고사에서 2등을 했습니다.

그래도 점수가 높게 나오니까 안심도 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당시에는 거의 80점대 점수가 나왔습니다. 이제 모의고사를 치면 3개 이상 틀리면 많이 틀렸다는 생각을 했죠.

그 후부터 점수변동폭은 좀 있었지만 나름 합격할만한 수준의 성적은 나왔습니다.

2010년 1차대비 특강을 들으며 마무리를 했습니다.

2010년 2월 저는 한달 특훈으로 실력도 키우고 제 의지도 키웠습니다. 이 때 생활을 보자면 9시 경남대도착 → 18시까지 공부 → 21시까지 특강 → 다시 경남대에서 12시까지 공부. 이 한달간 부모님이 저를 위해 직접 데리러 와주셨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잠도 주무시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가슴이 아팠지만 제가 노력을 이만큼 하고 있다는 것에 기꺼이 도와주셨죠.

저도 반드시 합격으로 보상하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던 10년 1차 시험. 전 굉장한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한번 경험했던터라 긴장도 덜 되었고 무엇보다 제 실력을 무조건 믿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시험도 어렵지 않게 끝냈습니다. 영어는 너무 쉬워서 10분정도에 다 풀었던 것 같네요. 시험장을 나와서 처음 든 생각은 ‘이제 됐구나’ 였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도 안심하라며 전화를 했고 그 날 하루 밤을 지새며 놀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친구 집에서 잠을 자기 전 그래도 점수가 얼마나 나왔나 확인이나 해보려는 생각으로 컴퓨터를 켰죠.

시간이 남아서 답을 다 적어 왔습니다. 정답지의 숫자들과 제 답을 대조하던 중 처음 확인하는 경찰학에서부터 제동이 걸리더군요. 간간히 틀리는 것도 아닌 연속으로 3-4개가 틀리는 바람에 답을 잘못 적어왔거나 다른 과목들과 헷갈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제지를 확인하고 다시 답을 보니, 그 전날 마셨던 술이 전부 확 깨더군요.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하고 제법 추웠음에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학에서 실수를 많이 했지만 다른 과목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순서대로 확인해 나가는데 ‘내가 무슨 정신으로 시험을 봤을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답안을 제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10분만에 풀었다는 영어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오더군요.

지금 글을 적으면서 그 때를 다시 생각해봐도 소름이 돋습니다.

사람이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미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현실을 어떻게든 탈피하고자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3시간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제 친구말로는 그 잠을 하루 종일 잤다고 하더군요. 저는 원래 잠이 많이 없습니다. 아무리 피곤해서 7시간 이상을 못잡니다.

그런데 그 땐 못해도 15시간정도를 못 깼습니다. 제 무의식조차도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싫었나 봅니다. 우리 집은 너무나도 달라진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고 저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제가 마산에 내려온 그날 저희 부모님께서는 저를 위해 제가 좋아하는 회를 사놓으셨습니다. 아버지는 괜찮다며 저에게 술을 한잔 따라주셨죠. 오히려 화를 냈으면 더 좋았을텐데 부모님께서는 결국 저를 울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너무도 바보처럼 보였고 쓸모없어 보였습니다.

사회에 끼지 못한 ‘잉여인간’ 이라는 말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이 저를 절망에 빠뜨렸죠. 이번에 다시 회복하는데는 훨씬 더 고통이 뒤따랐습니다.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웠고 밖에 나가기가 싫었죠. 살도 많이 빠졌고 말수도 줄었습니다. 얼굴은 굳어갔고 자신감은 없어졌습니다.

3월23일자 일기에는,

“학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두렵다. 날 보는 시선들, 혹여 비웃지나 않을까? 합격생들 축하해줘야 하는데.... 가식적인 나는 싫다. 그동안 부모님의 노력을 다 물거품으로 만들어서 너무 죄송하다. 언제 난 장남 노릇을 제대로 해볼 수 있을까.” 라고 적혀 있습니다.

3월31일 원장님이 저에게 책 한권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율곡전서’ 라는 책이었죠. 그 책속엔 공부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 적혀 있습니다. 마음도 뒤숭숭하고 학원 수업에도 큰 열의가 없었기에 그 책은 저에게 조심스럽게 상처를 어루만져준 것이었습니다.

사실 책 속에 적혀 있는 내용이지만 원장님의 말씀과도 같았기에 그 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기억에 가장 남는 부분은 퇴계 이황 선생이 과거에 낙방한 율곡에게 “큰 사람이 되려고 시간을 더 준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딱 한번만 더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내 실력을 너무 과신했었고 안일하게 공부한 것을 반성하고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땐 정말 그만두기로.

<새로운 시작 - 무엇이 문제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다>

이번 시험은 저의 공부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게 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공부 방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증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실패했을까? 수없이 되뇌었죠. 다시 기출문제를 보며 왜 틀렸는지 틀린 부분을 내가 어떻게 공부하고 있었는지 되돌아 봤습니다. 일주일을 분석했습니다. 기출된 부분과 제가 공부한 부분을 일일이 다 비교했죠. 그 결과 저는 정말 쓸데없는 부분에 불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너무나도 많이 허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부분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분을 구분하고 공부 시간을 효율적으로 짰어야 했는데 가장 간단한 사실을 저는 거꾸로 하고 있었던 것이죠.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저는 제대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기초가 상당히 약했다는 사실도 그때 깨달았죠.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 원장님이 말씀하신 그 공부 방법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혔습니다.

제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것과 예전의 문제위주로 공부했던 것을 버리고 철저하게 기본서 위주로 공부한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출문제 정리입니다. 합격한 모든 수험생이 기출문제를 달달 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런 방법으로 10년 4월동안 모의고사 1등을 2회 할 수 있었고 전범위에서도 81점을 받았습니다.

공부의 효율은 점수가 말해줍니다. 본인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분명 그 방법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방법을 바꾼 후 부터는 점수변동폭도 줄어들었고 꾸준히 고득점을 받았습니다. 7월의 불타올랐던 월드컵을 즐기고도(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전범위에서 87점을 받았습니다.

슬슬 자신감이 붙었죠. 제가 하고 있는 방법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일기에서도 제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막판 2개월 - 모든 것은 여기에 달려있다>

Why not the best?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

공부를 오래한 사람일수록 마지막에 가면 몸과 마음이 많이 흔들립니다. 물론 저도 앞의 두 번의 시험에서 경험했었고 여러분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달은 그동안 했던 만큼의 전부를 쏟아 부어야 합니다.

그만큼 더 엄청나게 공부해야 하고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반드시 정리는 기본서 딱 한권에다 하셔야 하며 초조해질수록 ‘아는 것만 맞추자’ 라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앞의 두 번 시험에서는 시험에 임박할수록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분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불안이 욕심을 만들고 그 욕심은 제가 꼼꼼히 봐야할(기출가능성이 높은) 내용들을 소홀히 만들었죠. 결국 아는 부분은 실수로 틀리고 어렵게 공부했던 부분은 출제가 안됐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들을 구분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그럴 땐 꼭 기출문제를 기준으로 정리하세요.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지금까지도 기출문제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 글을 읽고 난 직후 기출문제를 보세요.

저는 기출문제를 늘 갖고 다녔고(이미 책에 정리를 끝낸 뒤에도) 시간 날 때마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험이 다가올수록 모의고사 점수에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말 그대로 ‘모 의 고 사’ 일뿐입니다.

저도 올해 1차시험을 떨어지고 나서 모의고사 점수에 너무 안도했던 저를 얼마나 많이 탓했는지 모릅니다.

합격생들 중 전혀 모의고사 점수가 합격수준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실제 시험에선 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의고사는 가벼운 척도로만 여기시고 점수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반드시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오늘 하루 계획을 조금 힘들게 설정해도 별다른 어려움 소화했습니다.

9월 9일이 제 마지막 일기네요. 그 일부만 잠깐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제 일기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와 버렸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나? 누군가 나에게 물어온다면 이번에는 정말 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겸손하게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자만했던 내 모습을 버리고 다시 기초부터 다져왔기에 큰 흔들림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시험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줄어든 것 같다. (중략) 남자답게, 내가 한 만큼의 대가만 받는거다. 열심히 했지만 모르는 부분에 대해선 겸허히 받아들이자. 어차피 목표는 100점이 아니지 않은가. 또 무너지는 일은 없다. 반드시 합격하자.”

<3번째 시험 -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격한다>

저는 이 말을 부끄럽게도 같이 공부하던 동생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장한’ 이라는 합격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자랑하는 이유가 아마 이 친구가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합격수기를 적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와 이 친구가 있었던 시험 하루전 날과 당일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앞의 두 번의 시험에서 시험전 날은 그저 몸을 편하게 하고 긴장을 푸는 정도의 시간이었습니다. 불안해서 책은 가져갔지만 같이 간 친구들과 쉬면서 책은 그냥 눈으로 보는 정도였죠.

다시 말하자면, 별로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같이 간 이 친구는 같이 올라가는 버스에서도, 같이 잠을 잘 숙소도 모두 따로 잡자고 하더군요.

처음엔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았죠. 지기 싫어서 차에서 쉬지도 않고 책을 봤습니다.

우연히 그 친구의 사정으로 인해 같은 숙소에서 묶게 되었는데 저는 그 때도 절대 피해주는 일 없이 책만 봤습니다. 밥 먹은 시간을 빼고는 둘다 공부만 했죠.

밤11시 잠자기 전 굉장히 뿌듯하더군요. 동생이 말해 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 그리고 이정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끝까지 열심히 해야 겨우 합격 커트라인을 넘는 정도로 합격할 수 있다’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더군요. 그걸 시험 하루전에서야 깨닫고 있다니... 결국 저는 시험을 치르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종합격 -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

12월 3일 오전 8시 40분.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 아침, 9시의 20분전. 제 휴대폰에 문자 알림음이 울렸습니다. 제 휴대폰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린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확인하지 않아도 왠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건 바로 경기청에서 보낸 합격 축하 문자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죠. 어머니께 먼저 보여드리고 출근하신 아버지께는 그대로 문자를 전달했습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시며 수고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2번째 시험 실패 후 매일 밤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제발, 이제는 내 가족에게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죠.

나를 위해 응원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할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항상 중요한 고비마다 넘지 못하고 실패를 할 때마다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겉으로 표현은 못해도 가슴속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합격해서 기쁜 것보다는 제 가족에게 합격을 선물할 수 있어서 더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수업 시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장현철 선생님의 재미있는 수업이 아니었다면 지루한 공부에 흥미를 붙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가장 피곤한 월요일에 선생님의 기를 북돋는 수업이 기분 좋은 스타트를 하게 해주셨죠.

이동진 선생님의 쉽게 외우는 방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앞 글자를 따서 나름 재미있게 만들어 주셨죠. 시험에서도 수사 성적은 항상 좋았습니다. 그런데 6개월 이상 수업을 들었을 땐 향숙이 얘기가 나오면 이단옆차기가 날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고개가 숙여지는 이유는... 죄송합니다....

이정찬 선생님은

제게 난잡하게 얽혀있던 문법의 실타래를 풀어주신 분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충 ‘끼워 맞추는 식의 문법, 느낌으로 푸는 독해’ 만 해오던 저에게 완벽한 정리를 보여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저 문법이 ‘왜 이렇게 될까’ 에 초점을 맞추는 분은 없었습니다.

그냥 공식처럼 암기하거나 답을 찾기 위한 결과주의식이었죠.

그런데 선생님의 수업은 덮여있던 모든 것을 걷어내고 과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냥 보고 있으면 신기했습니다.

제가 공부할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영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고 학원수업도 많이 빠지는 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자분들은 반드시 영어를 하셔야 하고, 남자분들도 이제는 영어가 살짝 접어주는 과목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확신을 갖고 말씀드립니다. 학원 수업이 제일 낫습니다.

형법 선생님은

어려운 법 과목을 쉽게 이해시켜 주신 것 같습니다.

항상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며 법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셨죠.(성범죄파트 수업은 감동이었습니다) 재밌는 얘기, 힘든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는 말씀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형소법 선생님은

제가 가장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분이십니다. 수험생들과 대화를 즐기시며 동일한 눈높이로 대해 주셨죠. 문제풀이 수업에서 보여주신 잦은 실수, 어쩌면 이것 덕분에 한 마디라도 더 나눌 수 있었고 선생님과 가까워진 듯합니다.

타 학원에서는 마산남부경찰학원을 외인구단이라고 부른답니다.

최정예들이 모여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곳. 그래서 그 별명이 잘 어울리는 것이겠죠.

저는 우리 학원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에게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 값진 실패, 그리고 합격. 전 이 모든 것을 얻어 갑니다. 모든 선생님들 그동안의 가르침 너무나도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글을 마치며>

우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친구처럼 대해주신 형님들, 짓궂게 장난쳐도 다 받아주던 친구들, 잘 챙겨준 동생들이 없었다면 제가 이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겁니다. 비록 시간의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합격이라는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공부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제가 느낀 점이나 공부하다가 괜찮은 방법이 있으면 일기나 책에다 기록해 두었습니다.

나중에 합격수기를 쓰게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다음 합격할 수험생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전해주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강의실 앞 단 위로 지나가다가 잠깐 멈춰서 밑을 바라보며 합격의 기분을 상상했죠.

그 상상은 12월 3일 현실이 되었고 그 순간은 너무 벅찼습니다. 제가 공부할 때 힘들었던 기억, 언젠가 저 자리에서 합격의 소감을 말할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던 나날들이 뒤섞여 몸이 뜨거워졌습니다.

여러분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합격은 그 상황을 얼마나 현명하게 극복해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Nothing shape your life more than

the commitments you choose to make"

“당신이 하겠다고 결단하는 것보다

당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은 없다“ - 영어문법책 中

-공부방법은 첨부파일로 대신했습니다.-

수험생 밑에 공부방법 첨부파일이 있다고 했는데 왜 없나요??? 2010-12-09 20.45

곧 많은 도움 받고 갑니다 ^^ 2010-12-09 23.43

힘내자 인상깊게 잘보고 갑니다..수험기간동안 도움이 될듯 하네요^^ 2010-12-10 16.21

무조건 Go!! 좋은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리고 합격 축하드립니다. 2010-12-11 20.57